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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슬은 누구?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댄서

다스리최가 하늘색 네일을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습. 진주 장식이 달린 헤어밴드와 아이보리 블라우스가 단아한 인상을 더하며, 맑은 조명 아래에서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선은 살짝 옆을 향하고 있어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준다.
출처 – 다스리 최 유튜브 채널

그녀의 이름을 구글에 검색하면 ‘최다슬’보다 ‘다스리 최’가 더 많이 뜬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춤을 배운 여성이 필리핀에서 더 유명하다는 얘기다.

최다슬 (아니, 이제는 ‘다스리 최(Dasuri Choi)’라고 불러야겠다) 은 마닐라 거리 어디를 가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2011년, 스물셋의 서울 출신 댄서가 영어 한 마디 못하고 필리핀에 던져졌다.

13년 후, 그녀는 GMA 네트워크의 간판 스타가 되어 있었다. 어떻게?

춤이었다. 오직 춤만이 그녀의 언어였다.

서울에서 마닐라로, 댄서에서 디바로

1988년 서울 어딘가에서 태어난 최다슬은 평범한 한국 아이였다.

4살 때부터 몸이 먼저 반응했다는 그녀는 학업도 놓치지 않으면서 홍영주 댄서스, Step Up Dancers 같은 팀들을 전전했다.

한국 댄스계의 전형적인 커리어 패스.

그런데 2011년, 그녀는 모든 걸 던지고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왜 하필 필리핀이었을까?”

아버지의 조언이었다고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운명 같은 선택이었다.

영어도, 타갈로그어도 모르는 상태로 마닐라에 홀로 떨어진 그녀에게 남은 건 춤뿐이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진짜 운명의 순간은 ‘Eat Bulaga!’라는 필리핀 국민 예능의 ‘You’re My Foreignay’ 코너에 출연하면서 찾아왔다.

다스리최가 무대 뒤편 장비 앞에서 붉은 가죽 스커트와 데님 혼합 탑, 털이 달린 붉은 부츠를 매치한 화려한 스타일로 포즈를 취하는 모습. 조명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도 강렬한 의상과 당당한 자세가 돋보이며, 프로페셔널한 무대 뒤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출처 – 다스리최 SNS

잠깐, ‘Eat Bulaga!’가 뭔지 모르시겠다고?

이 프로그램은 1979년부터 방영된 필리핀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전국 시청률 4.28%를 기록하며 다른 모든 점심시간 프로그램들을 압도하는 말 그대로 ‘국민 예능’이다.

한국으로 치면 ‘무한도전’이나 ‘1박2일’ 정도의 위상이라고 보면 된다.

그 프로그램의 인기 코너에서 필리핀에 사는 외국 여성들이 겨루는 ‘You’re My Foreignay’에 2014년 출연한 다슬은 Best in Talent 상을 받으며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순간, 모든 게 바뀌었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그녀를 알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녀를 ‘다슬’이 아닌 ‘다스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필리핀식 발음이 만든 새로운 정체성. 그녀는 기꺼이 그 이름을 받아들였다.

필리핀 방송계 씹어먹는 중

다스리는 게으르지 않다. 아니, 게을러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이곳이다.

그녀의 필리핀 커리어를 제대로 들여다보자.

GMA 네트워크(필리핀 최대 방송사 중 하나)의 간판 프로그램들에서 그녀의 이름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Day Off’에서는 코미디언 부베이(Boobay), 가수 겸 배우 줄리 앤 산 호세와 함께 공동 진행자로 활약했다.

‘Pepito Manaloto’는 필리핀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트콤 중 하나인데, 여기서 그녀는 단순한 게스트가 아닌 레귤러 출연진으로 자리 잡았다.

‘My Korean Jagiya’에서는 아예 주연급으로 출연하며 연기력까지 인정받았고, ‘Inday Will Always Love You’ 같은 프라임타임 드라마에도 모습을 비쳤다.

2020년에는 다시 ‘Eat Bulaga!’로 돌아가 ‘Social Dis-dancing’이라는 댄스 코너의 전담 댄서로 활동했다.

팬데믹 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제로 한 댄스를 가르치는 코너였는데, 그녀만의 독특한 캐릭터로 큰 인기를 끌었다.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에서 화이트 톤의 독특한 가운을 입은 두 명의 인물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왼쪽 인물은 조각처럼 뻗은 라인의 구조적인 드레스를 입고 강렬한 메이크업을 한 채 카리스마 있게 포즈를 취하고 있으며, 오른쪽의 다스리최는 시스루 소매와 코르셋 스타일의 드레스를 입고 부드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긴다. 파티나 시상식과 같은 격식 있는 자리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장면.
출처 – 다스리최 SNS

2023년에는 ‘Tahanang Pinakamasaya!’의 공동 MC를 맡았고, 올해는 GMA의 댄스 리얼리티 ‘Stars on the Floor’에서 댄스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이다.

그리고 2015년 FHM 필리핀 에디션에 등장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필리핀에서 FHM에 나온다는 건 그야말로 톱 셀럽의 증거다.

하지만 역시 그녀가 가장 빛나는 순간은 무대 위다.

스스로를 ‘K-POP DANCE DIVA’라고 소개하는 그녀는 과연 그 타이틀에 걸맞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숫자로 말하는 그녀의 영향력이 더 놀랍다.

유튜브 ‘다수리티비’는 25년 6월 기준 구독자 200만 명을 넘어섰고, TikTok에서는 수백만 뷰를 기록하는 댄스 챌린지들을 연달아 히트시키고 있다.

필리핀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까지 동남아시아 전역의 K-팝 팬들이 그녀의 안무를 따라한다.

2016년 ‘해피 한류 데이’에서 시작해 2022년 일로일로 K-타운 오프닝 행사, 2024년 마닐라 솔레어 리조트의 K-위크까지.

필리핀 내 모든 주요 K-팝 행사에서 그녀는 빠지지 않는 메인 퍼포머이자 심사위원이다.

현대 가전제품의 브랜드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그녀가 단순한 ‘외국인 연예인’이 아닌 필리핀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로컬 셀럽’이 되었다는 증거다.

두 나라를 잇는 문화 외교관

핑크빛 도트 블라우스를 입고 따뜻한 조명 아래 서 있는 다스리최가 한 손으로 턱을 받치며 카메라를 바라보는 모습. 벽돌 무늬 배경과 부드러운 헤어 컬이 어우러져 로맨틱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출처 – imdb.com

“필리핀은 제2의 고향”이라는 말은 이제 클리셰가 되었지만, 다스리의 입에서 나오면 다르다.

진심이 묻어난다. 정작 본인은 스스로를 “100% 필리핀 마음을 가진 한국인”이라고 정의한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소셜미디어의 악성 댓글에 상처받아 울먹이며 라이브 방송을 했던 날도 있었다.

그때 그녀가 한 말이 인상적이다 “필리핀은 제 삶이 정말 힘들 때 저를 성장시켜 주고 행복하게 해줬어요. 언어도, 문화도 몰랐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배웠어요.”

어쩌면 최다슬, 아니 다스리 최는 우리 시대의 가장 성공한 문화 외교관인지도 모른다.

정부 차원의 한류 홍보보다 더 자연스럽고, 더 진정성 있게 K-팝을 필리핀에 전파하고 있으니까.

그녀가 춤출 때마다, 한국과 필리핀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언어도, 국경도 뛰어넘는 것이 바로 춤의 힘이다. 그리고 다스리는 그 힘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마닐라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 이제 그 타이틀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필스토리는 최다슬, 아니 다스리 최의 이런 모습을 응원한다.

안전한 길을 버리고 미지의 땅에서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낸 용기, 언어와 문화의 벽을 춤으로 뛰어넘은 열정, 그리고 무엇보다 두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연결고리가 되어준 그녀의 따뜻한 마음을.

춤추는 그녀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한국과 필리핀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고 있다.